손끝 떨림의 부침은
닿지 않을만큼
먼거리를 뛰어가는 우리에게 시간을 세어가며
뛰어가게 하는 이유가 되어간지 오래지만
거친호흡의 난산 끝 에
목적지에 다가올때 감겨오는 살금 흐린 초점사이 희열감은
이제서야 손바닥 안 에
흥건이 고이는 자기 만족의 성찰과 더불어 윤기 흐르는 감성이 묻혀져서
나오는것이 아닐까 ..
거친 호흡을 가르며 뛰어가
유유이 대화를 오고 가는 시간의 장소까지 와서보니
곤곤하고 피팍했던 여정은 어느새
이전 자기감정 에 영민했던 자신을 휘돌아 보게되어
새삼 삶이 단맛의 여운으로 남게되는것도
이 싯점이 아닐까..
한점 한점 스쳐 지나가는 정경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여지는것은
내 마음의 거울이 아직은 투명하게 맑아서 그러는것이 아닐까
칼날같은 봄바람이 포근하게 가슴을 유영하는것도 어찌보면
어제 보다 내일이 그리워지는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지는 모르지만 ....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만 할까
목마름을 참아내면서..
이미 마음속에 결정된 사실을
자문하듯 되 묻는다
너무 짧은거리보다
오래동안 지체하며
달릴수있는 긴 거리를 선호하는것은
이미 알고있는 정답을
더욱 마음속에 다져가는 과정이 아닐까
우린
다만 알고 만 있을뿐 이다
왔던길을 되돌아 뛰어갈때 도
다시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느쪽으로 가야 수월하게 뛰어갈수있나
물어보며 자문하는것은 당연하겠지만
진작에 편한 방법을 거두고
다시 힘겨웁게 뛰어가는것은
덧없이 황량한 마음바닥에 불을 지피기 위하여
뛰어가는것은 아닐까 ..
더운 숨결 내뿜으며
42.195km 긴 거리를 달리다 보면
목마른 외침은
어느새 健氣가 되어 내마음 에 휘감아 온다
문득 문득 그리움의 愛想들이
달려가는 동안 생경스럽게 나타나는것 이
등 넒은 나의 등판에
흥건이 고여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뜨거움처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봇물같은
옛기억들이 이제서야 드러나 보이는것이 아닐까 ..
어디로 갔을까
그리움의 대상
그 愛想 의 벗들은 어디로 갔을까
살판나게 잘 살고있을까
잘살고 있겠지
잘들 살고 있을것이다 ..
소년시절
그 천진무구한 눈망울 들은
이제는 세파에 시달려서
무거운 세월의 벙거지를 벗어낼수는 없겠지만
그 똘망한 눈빛속에
감추어진 슬기는 여전하여
내 마음을 들뜨게 해줄것만 같은 벗 들은
지금쯤 어디에 살고있을까
그리운님들은
새벽이든 밤이든
이렇게 대명천치에 달려가고있는
환한 낮 달 에도
내 마음에 불연듯 나타나곤하여
더운 숨결은
어느새 봄날의 아지랭이가 되어간다
0 km 에서 출발하여
42.195km 까지 뛰어 갔다 오면
음울한 침묵은
금새 화색이 돈다..
모든것을 잃었다
모든것을 다시 찾아가는것 처럼
마음도 환해지고 광염의 빛깔이 어둠을 덥힌다
출발할때
커다란 고깃 덩어리 었던 몸이
그 새 육신이 가벼워진것을 느꼈던것은
저울에 제 몸을 올려 놓았을 때이지만
그때쯤 우리는 박제된 인간 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꼈을때이다
겨우 42.195km 뛰고서
그 새 모든것을 다 알아낼만큼
평온感 을 찾을수는 없지만
0km 에서 출발한 고깃덩어리 에서
빈 가식만 남아있는 몸에서
이제는 마음을 열며
자기만의 경건한 성찰에 빠져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감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