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복싱은 스포츠이면서 엔터테인먼트다. 양자간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요소들은 대부분 공통적이지만 다른 몇가지 포인트들이 있다.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뭐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그러니까 최고의 복서는 엔터테이너로써, 또한 스포츠맨으로도 당대의 다른선수들을 압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이크 타이슨 - 글로벌 복싱 엔터데이너-
전성기 때의 타이슨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위대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큰 상대를 거침없이 쓰러뜨리는 검은 다윗에 세계는 열광했었다. 펀치력이야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도 타이슨은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보통 peek-a-view라고 불리는, 두손을 모아 턱에 붙인 타이슨의 스텐스는 일반적인 업라이트나 크라우치에 비해 양발의 전후거리가 짧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스텐스에서는 좌우의 움직임이 용이하고 왼손에 힘을 싣기가 좋다는 장점과 함께 상대의 뻗어치는 공격이 적중했을때 밸런스가 쉽게 무너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므로 스피드에 자신이없거나 헤드웍이 완성되지 못한 복서들이 사용할 자세가 못된다. 타이슨의 경우 당대에 비교할 대상이 없을 만큼 발이 빨랐고 헤드웍또한 신기에 가까웠으므로 이러한 스텐스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었던 것이다. 스피드야 타고난다고 하지만 헤드웍의 연성은 연습량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타이슨의 퍼포먼스가 단지 타고난 펀치력에만 의존하여 보여진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한때는 타이슨도 피땀을 흘려가며 훈련에 매진했던거다. 타락하기 전까지의 타이슨은 스포츠 맨으로서도 대단했었다고 감히 말해보지만 강간사건이라든지, 물어뜯기등은 그가 쌓아왔던 스포츠 맨으로서의 모든것을 무의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므로, 결국 타이슨은 그저그런 선수에 불과했다고 총평하려한다.
에반더 홀리필드 - 모범 그 자체, the Warror-
교과서적인 복싱을 하는 정통파 복서 홀리필드는 팬들보다는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는 스포츠맨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것이라고 조교하는듯한 원투, 레프트로부터 시작되어 머리와 몸통으로 이어지는 4박자의 컴비네이션, 스테미너와 맷집 그리고 리딕보우와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다운을 허용하고 일어나는 도중에 초점을 잃은눈으로 침까지 흘리면서 마우스피스를 찾아 다시 물고 일어서던-, 투지 혹은 정신력은 모범 그 자체였다. 위에 열거한 것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홀리필드는 끊임없는 단련에 오랜시간의 자기수양을 통해 그 위치까지 오른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기부금의 액수로도 항상 챔프였던 사생활에서 진정한 스포츠맨 십을 느낄수 있게 해준 홀리필드는 타이슨처럼 화려하지도 카리스마틱하지도 않았지만 보다 나은 복서, 혹은 인간이었다고 말하고싶다.
슈거 레이 레너드 -완성품 복싱머신-
앞에서 말한 두명의 헤비급 복서들과 마찬가지로 레너드와 그의 복싱은 많은사람들을 매료 시켰고 아직까지도 복싱팬들의 좋은 추억거리로 얘기되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의 스피드와 테크닉, 혹은 쇼맨십에 대해서이지만 그외 에도 레너드에겐 특별한 점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80년대를 풍미했던 중(中)량급의 F4들은 각기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너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에겐 뭐랄까, 핸디캡 혹은 약점이라 할 만한 포인트들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듀란의 복잡한 심리는 한때 그를 비겁자로 만들었고, 왼손잡이였던 헤글러는 링위에서 보여지는 압도적인 능력만큼의 인기를 가지지 못했으며 어이없는 케이오를 자주 당했던 헌즈에게는 그리 강하지 못했던 턱이 있었다.
레너드의 경우, 비록 패하긴 했지만 듀란과의 최종회까지의 접전이라든지, 헌즈와의 Round 13, 무엇보다도 천재라고 불렸던 윌프레도 베니테즈와의 최종라운드를 보면 그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전해진다. 끝까지 포커스를 놓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일말의 거부감 마저 가졌던 기억이 있다. 가끔 과도하게 악착같은 사람들을 보면 '질린다' 라고 말하게 되는것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라고나 할까. 이러한 점에서 듀란이 레너드에 미치치 못하는 바가 있음에 분명하다 생각한다. 골든글러브, 팬아메리카 챔피언,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는 미국 복싱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메스컴을 몰고다니던 레너드의 상품가치는 분명 실력뿐만아니라 이외-안젤로 던디의 메니지먼트로 대표되는-의 상황도 많이 작용했고 이를 들어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채 스스로의 힘으로 수라장을 헤쳐 나왔던 헤글러가 레너드 보다 부족하다면, 누구보다 내가 신경질이 날 소리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프로복싱에서 엔터테인의 관점을 베제할 수 없으므로 결국 레너드의 우세로 결론지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복싱경기가 바로 81년의 레너드-헌즈 전인데 난 이 시합의 운명을 결정지었던것은 레너드의 테크닉도 스피드도 아니었다고 본다. 그것은 레너드의 내구력이었다고 감히 확신할 수 있는데 이유는 경기를 주의깊게 몇번씩 돌려보신분들이라면 아마 동감하시리라 믿는다. 엽기적이라고 까지 해도 좋을 헌즈의 신장에 의해 레너드의 테크닉이 봉인되었고 현격한 리치의 차이가 스피드의 어드벤티지를 상쇄했던, 전문가들조차 6대4로 헌즈의 우세를 전망했던 그 경기도중 레너드는 2회부터 11회까지 최소 5회 이상 다운혹은 KO가 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펀치를 허용했다. 대부분 카운터 성이기까지 했었는데 말이다. 특히 11회에 헌즈가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적중 시켰지만 단호하게 반격하던 레너드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때 헌즈의 심장에 패배를 부르는 공포의 각인이 새겨진 것이 아니었을런지...
결국 80년대 무림에 4대고수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으뜸은 슈거레이 였다는 얘기. 어디서 들어본듯한 흔한 결론, 하나마나한 잡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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